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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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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의 행복한 책 읽기 : 독서의 즐거움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읽는다.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읽는다? 생각해 보면 이는 매우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독서법이다. 아니 독서법이라기보다는 독자들의 일종의 습관일지도 모른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읽었다면, 《천사와 악마》도 읽고 싶어진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로버트 랭던 박사의 모험담을 더 읽는 것은 그저 독자의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독서법’으로서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읽는다는 의미는 그야말로 ‘다른’ 책이 나왔을 때다.
2008년, 시인 김선우 씨의 첫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가 세상에 나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이 책 저 책에서 보였다. 어떤 작가는 그녀가 원로 작가 조세희 씨로부터 소설을 써 보라는 권유를 들었다는 말을 듣고는 자신도 그리 생각했음을 고백했고, 어떤 작가는 그녀의 감각적인 문장력을 칭찬하며 첫 장편소설 출간을 축하하는 덕담을 잊지 않았다.
김선우 씨 자신도 “이제 첫 장편소설을 세상에 보낸다. 한 삶이 오고 여러 삶이 태어났다. 그대여, 그대들이여, 고맙습니다.”라며 《나는 춤이다》의 ‘작가의 말’을 인상 깊게 맺었다. 이쯤 되면 우리는 첫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은 시인 김선우 씨에게 도대체 어떤 삶이 오고 어떤 삶이 태어났는지 읽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다른 예를 들어 보자. 2008년, 사마천의 《사기》 번역의 권위자인 김원중 교수가 강성민 씨와 함께《2천 년의 강의 - 사마천 생각경영법》이라는 실용서를 내놓았다. 그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내 놓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필자는 《사기》의 번역자로 사마천에 관한 문헌들을 탐독해온 세월이 어언 15년에 이른다. 그동안 내가 번역한 《사기열전》이 교수신문사가 주관한 전문가 평가에서 최고번역서로 선정되는 좋은 평가를 받고 일반 독서계에서도 널리 읽히며 마니아층마저 생겨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던 중 《사기》가 하나의 고전을 넘어 우리 시대 창조적인 인재들이 참고해야 할 ‘생각하기의 교본’이 되어도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들이 방대한 분량과 복잡한 문맥을 헤아려가면서 그 뜻을 간추린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그래서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기획하게 된 것이 이 책이다.
 
자신이 번역한 《사기》를 충분히 많은 독자가 읽었음에도, 《사기》의 인문 정신이 세상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에서 그는 《2천 년의 강의 - 사마천 생각경영법》를 내 놓고 싶었나 보다. 평생을 고전 번역에 힘써 온 그의 간절한 마음을 우리도 한번 읽어 봄 직하지 않겠나?
시인 김선우 씨나 한문학자 김원중 교수는 또 하나의 책을 내 놓은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새 책을 내 놓았다. 우리가 읽어야 할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이란 바로 이런 책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