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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테마의 책을 읽는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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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의 행복한 책 읽기 : 독서의 즐거움
 
같은 테마의 책을 읽는다. (1)
 
한 권의 책을 읽고 다음에 읽을 책을 선택함에 있어 가장 유익하고 즐거운 기준이지만 가장 막연한 기준이기도 한 것이 바로 ‘같은 테마’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테마의 책을 도서관이나 책방에서 고른다면, 우리는 몇 권의 책을 얻을 수 있을까? 아마도 책 전체의 1/5쯤은 되지 않을까? ‘인생’이라는 테마의 책은? 아마도 책 전체의 1/3쯤은 되지 않을까? ‘행복’이라는 테마의 책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마디로 ‘사랑’, ‘행복’, ‘인생’, 이런 테마의 책들 중에서 한 권만을 꼭 집어 선택하는 일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독서 초심자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행복’이라는 테마의 또 다른 책은 ‘행복’ 그 자체를 다룬 원론적인 책이다. 그런 책으로 세 권의 후보들이 있다. 세네카의 ‘행복론’인 《인생이 왜 짧은가》, 리즈 호가드의 《행복》,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이다.
이 세 권의 책들을 면밀하게 검토해 본 결과,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이 최적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네카의 《인생은 왜 짧은가》는 문체가 낯설고, 그리스 로마의 철학과 신화에 대한 만만치 않은 배경지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우리를 지루하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리즈 호가드의 《행복》은 우리의 화두 “나는 누구인가?”와는 별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책 같다. 물론 이는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임을 인정한다. 객관적으로 말해, 이 세 책의 우열을 가르는 일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지도 모른다.
《행복의 정복》은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읽는 내내 기품 있는 문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책을 읽는 즐거움이 ‘가치 있는 지식’, ‘독특하면서도 적절한 문체’, ‘소중한 테마’, 이 셋으로부터 오는 것이라면, 우리가 러셀의 이 책을 읽는 일은 제대로 된 독서다.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말이다. 《행복의 정복》은 오래도록 지니고 싶은 좋은 책이다.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 하지만 행복을 진정으로 정복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어쩌면 행복은 행복을 정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쉽게 손에 쥔 행복은 십중팔구 헛된 행복일 가능성이 많다. 가짜 행복에 바보처럼 빠지지 않고, 진정한 행복을 정복하기 위한 마음을 다잡는 데 러셀의 《행복의 정복》은 좋은 스승이 되어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행복의 정복》은 제목이 매우 깊은 의미를 갖고 있다. 행복은 정복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사랑의 대상이기 때문에 일단 ‘정복’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랑하는 것이 가장 위대한 정복인 점을 생각해 보면, ‘정복’만큼 적절한 단어도 없다. 이 점은 《행복의 정복》에도 아주 정확하게 지적되고 있다.
 
▶근본적인 행복은 무엇보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은 사랑의 일종이다. (…) 행복을 가져오는 사랑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개인들의 특성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랑이며, 만나는 사람들을 지배하려고 하거나 열광적인 찬사를 받아내려고 하는 대신, 그들의 관심과 기쁨의 폭을 넓혀주려고 하는 사랑이다. 이런 태도로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원천이 될 것이며, 그 대가로 친절을 되돌려 받을 것이다.
 
행복은 과학 기술과 효율적 공정으로 대량생산되는 상품이 아니다. 인간과 사물에 대해 조금씩 따뜻한 관심을 가지면서, 도리어 내 안에서 성장하게 되는 인격의 소산이다. 행복에 관해서는, 탐욕스러운 정복은 ‘상실’일 뿐 진정한 ‘정복’이 될 수 없다는 역설, 이 역설이야말로 러셀이 《행복의 정복》에서 말하고자 하는 ‘정복’의 의미다.